전세시장의 두 얼굴..학군 수요 '잠잠', 직주 '활황'
봄 이사철이면 전셋값이 요동쳤던 지역의 전세시장이 최근 잠잠한 가운데 직주근접(職住近接) 지역의 전세만 오르고 있다. 온라인 강의 등장과 내신성적 비중 확대로 학군 수요가 예전만 못한 데 반해, 직주근접 지역은 출·퇴근이 쉽고 주변 생활편의 인프라를 누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수요자가 계속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영등포구 전세 상승률, 서울 평균치 17.5배
KB국민은행 부동산 자료를 보면 서울 강북권의 대표 직주근접 지역인 마포·서대문·은평구의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3월 말까지 각각 0.4%, 0.42%, 0.48% 올랐다. 서울 평균치(0.13%)보다 3배 넘게 올랐고, 전국 평균치(0.04%)와 비교하면 10배 이상 상승했다.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e편한세상 신촌’ 전경. /조선일보 DB
강남권 직주근접 지역도 마찬가지다. 강남권 아파트 전세금은 평균 0.09% 오르는데 그쳤지만, 동작구(0.34%), 서초구(0.34%), 영등포구(0.7%)의 전셋값 상승률은 이를 가뿐히 웃돌았다. 동작·서초·영등포구는 모두 강남, 여의도까지 접근하기 쉬워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거주지로 꼽힌다.
직주근접지의 전세가 오른 이유는 입주 물량이 아직 본격적으로 쏟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1월부터 3월까지 서울에는 1만2242가구가 입주했는데, 동작·서초·영등포구는 아예 입주물량이 없었고 은평·마포·서대문구는 2652가구에 불과했다. 그나마 종로구 교남동에서 ‘경희궁자이(2·3·4블록)’ 2415가구가 입주하면서 업무지 인근 전세 부담이 줄었다.
반면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와 ‘왕십리 센트라스’ 등 최근에 아파트 입주가 이뤄진 강동구와 성동구는 대표적인 직주근접 지역으로 꼽히지만, 같은 기간 아파트 전세금이 각각 0.11%, 1.26% 하락했다. 단기간에 입주물량이 쏟아지면서 세입자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내린 것이다.
본격적인 봄 이사철이 시작됐고 직장 인근 지역을 선호하는 가구가 늘면서 당분간 전세금이 오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4월부터 6월까지 서울 전체 입주 예정량은 6263가구다.
강서구 공항동 ‘힐스테이트 마곡’(4월·1194가구), 영등포구 신길동 ‘래미안 에스티움’(4월·1722가구), 성동구 성수동 1가 ‘트리마제’(5월·688가구), 용산구 한강로2가 ‘래미안 용산’(5월·195가구), 중랑구 묵동 ‘e편한세상 화랑대’(5월·719가구), 강남구 대치동 ‘대치 SK뷰’(6월·239가구), 서초구 서초동 ‘서초 푸르지오써밋’(6월·907가구) 등이 입주를 앞두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로 이사온 가구가 이삿짐을 옮기고 있다. /김수현 기자
직주근접 지역에 공급되는 물량은 상대적으로 적고, 설령 업무지와 가까운 곳에 공급되는 단지라 하더라도 고가 아파트가 많아 상대적으로 전셋값이 높게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강남권인 동작·서초구의 경우도 강남구와 강동구 재건축 이주로 전세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학군지 전세시장은 조용
반면 학군이 좋은 지역 전세시장은 잠잠하다. 강남구와 노원구, 양천구 아파트 전세금은 같은 기간 각각 0.28%, 0.25%, 0.12% 오르는데 그쳤다. 강남구와 노원구의 경우 서울 평균치보다는 높지만, 직주근접지와 비교하면 상승폭이 크지 않았다.
보통 겨울방학부터 연초까지는 강남구 대치동과 노원구 중계동, 양천구 목동을 중심으로 이사 수요가 늘어난다. 새 학기를 앞두고 학군 프리미엄을 누리려는 학부모들이 몰려들면서 전세금이 오르고, 전셋집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 펼쳐진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현상이 잘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2015년 12월 말부터 2016년 3월 말까지 강남·양천구 아파트 전세금 상승률은 서울 전체 평균보다 높긴 하지만 큰 차이가 나지 않으며, 2014년 말부터 2015년 3월까지를 살펴보면 강남·노원·양천구가 모두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금 상승률을 밑돌았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특목고와 자사고(자립형사립고) 등이 각 지역에 골고루 퍼져 있고, 온라인 강의로 충분히 학원 강의를 대체할 수 있게 되면서 부동산 시장에 붙는 학군 프리미엄이 예전보다 많이 약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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