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8·2부동산 대책으로 다주택자들의 셈법은 매우 복잡하게 됐다.
청약조정지역내에서 2주택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 때 양도소득세가 중과됨에 따라 '세금 폭탄'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지금이라도 집을 파는 게 나을지, 판다면 어떤 것부터 정리하는 게 좋을지 고민스럽다.
정부는 오는 9월 발표할 주거복지 로드맵을 통해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하기 위한 세제 등 인센티브도 확대한다는 방침이어서 합법적인 임대주택 사업자로 변신하는 다주택자도 늘어날 전망이다.
◇ 청약조정지역내 주택, 내년 4월 전에 파는 게 유리
이번 8·2부동산 대책에서 청약조정지역내 2주택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의 경우 내년 4월 1일 양도분부터 양도세를 중과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배제하기로 하면서 세 부담이 커지게 됐다.
현재 양도세율은 비과세 대상을 제외하고 주택수와 관계없이 양도차익에 따라 6∼40%(기본세율)가 부과되는데 앞으로 2주택자의 경우 기본세율에서 10%포인트가 추가돼 16∼50%, 3주택자는 20%포인트 증가한 26∼60%가 부과된다.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다주택자의 양도세를 분석해본 결과, 청약조정지역내 3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양도차익이 많을 경우 중과가 시행되는 내년 4월 1일 이전에 일부 주택을 팔아 주택수를 줄이는 것이 유리했다.
3주택 보유자 김씨가 청약조정지역인 서울 서대문구에 15년 보유한 양도차익 5억원짜리 A주택을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김씨가 이번 8·2대책으로 양도세 중과 유예기간인 내년 4월 이전에 매도하면 종전 기준에 따라 1억2천915만원의 양도세를 내면 된다.
그러나 내년 4월 이후에 팔면 양도세가 종전보다 20%포인트씩 중과되고 보유기간이 길수록 감면 혜택이 늘어나는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받을 수 없어 총 양도세가 3억410만원으로 1억7천649만5천원(142%)이 늘어난다.
청약조정지역이면서 이달 3일자로 투기지역으로 묶인 강남구 B주택의 양도세는 어떨까.
서대문구와 똑같이 15년 이상 보유하고, 양도차익 5억원이라고 가정할 경우 강남 집을 지금 당장 팔면 양도세가 1억6천214만원으로 서대문구보다 많이 내야 한다.
강남구가 이달 3일부터 투기지역으로 묶이면서 3일 이후 양도분부터 10%포인트 가산된 16∼50%의 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강남 B아파트를 내년 4월 이후 팔 경우에는 양도세는 서대문 A주택과 똑같이 1억7천649만여원 이 부과된다. 역시 내년 4월까지 집을 팔면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적용되지만 내년 4월 이후에는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받지 못해서다.
우리은행 안명숙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청약조정지역내 보유기간이나 양도차익 등이 똑같은 조건일 경우 내년 4월 중과 시행 이후 강남 등 투기지역보다 비투기지역내 주택의 양도세 증가폭이 더 커진다"며 "주택을 팔 생각이면 비투기지역내 주택은 최대한 내년 4월 전까지 파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2주택자도 내년 4월 전에 파는 것이 세금 면에서 유리하다.
청약조정지역인 과천에서 15년 보유한 양도차익 5억원의 C주택은 내년 4월 전 매각하면 양도세 중과 없이 일반세율이 부과돼 1억2천391만5천원의 양도세가 부과된다.
그러나 내년 4월 이후 팔면 2억4천568만5천원으로 1억2천177만원(98.3%)이 증가한다.
비청약조정지역의 주택들은 올해 4월이든 내년 4월이든 중과되지 않기 때문에 언제 팔아도 세금은 똑같다.
◇ 비조정지역 주택> 양도차익 적은 주택> 단기보유 주택 순으로 팔아라
청약조정지역, 이외 지역 주택을 혼합해서 보유한 경우 비청약조정지역의 주택을 먼저 팔아 주택수를 줄이는 것이 좋다. 앞으로 2주택은 10%씩, 3주택 이상은 20%씩 중과되는 구조여서 3주택 이상자는 1주택, 또는 2주택으로 줄여놔야 다음 주택을 팔 때 세율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만약 경기도 안양(비청약조정지역), 서울 서대문(청약조정지역), 서울 강남(청약조정지역 및 투기지역)내 주택 1가구씩 총 3가구를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때는 안양의 집을 일반세율로 팔아 주택수를 2주택으로 줄여 중과 세율을 낮춘 뒤 양도차익과 보유기간에 따라 다음 주택을 파는 게 좋다.
안명숙 부장은 "일반적인 절세전략은 비조정지역 주택을 먼저 팔고 양도차익이 적은 주택, 단기보유 주택 순으로 정리하는 게 유리하다"며 "다만 각 주택의 보유기간과 양도차익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필 세무사는 "양도차익이 많다면 일부 주택을 올해 안에 정리하는 것이 좋다"며 "시세차익이 적은 집을 우선 팔아 세금을 낮추고 차익이 큰 집을 비과세 대상으로 돌리면 절세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주택 수를 줄이기 위한 증여도 생각해볼 수 있다. 내년 세법개정안에서 3개월 내에 신고하면 감면해주는 신고세액공제율을 낮추기로 함에 따라 올해 안에 증여하는 게 검토해 볼만 하다.
다만 증여는 세율이 높고 주택가격이 낮을 때 하는 것이 유리한 만큼 추후 집값 하락 가능성 등도 함께 염두에 둬서 시기를 고려해야 한다.
◇ 채찍과 당근 동시에…임대사업자 등록 고려할 만
다주택자가 주택을 팔지 않고 장기보유할 경우에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방법이 있다.
주택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경우 세원이 노출돼 임대소득세를 꼬박꼬박 내야 하지만 임대주택에 대한 취득세, 재산세 등 지방세 감면 혜택이 있고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정부는 이번 8·2대책에서 등록임대주택은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 제외해주고,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도 유지해주기로 함에 따라 양도세 부분에서도 임대사업자 등록이 유리하다.
정부가 9월에 발표할 '주거복지 로드맵'에는 임대주택 등록자에 대한 세제, 기금, 사회보험 등과 관련한 인센티브를 확대 방안이 담길 예정이어서 사업 조건은 더 개선될 전망이다.
김중필 세무사는 "단기임대는 4년, 장기 준공공임대는 8년 이상 임대하면 임대사업자 요건을 갖추게 된다"며 "종전에는 소득세와 법인세를 감면받기 위해서는 3가구 이상 임대해야 했지만 이번 세제개편으로 내년부터는 1채 이상 임대해도 감면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에 2주택 보유자는 148만7천명, 3주택자는 22만8천명, 4주택자는 5만9천명 등이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얼마나 임대사업자로 전환할 것인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번 8·대책으로 '채찍'(양도세 중과)과 '당근'(세제·기금 혜택 등) 동시전법을 쓰면서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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