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권리금 보호 규정이 지난 5월13일부터 시행되었다. 임차인들은 드디어 권리금을 당당히 받아나올 수 있게 되었나 보다 기대가 크다. 그러나 권리금을 받아 나오기는 법 개정 이후에도 여전히 쉽지 않다. 임차인 입장에서 보면 권리금을 받는 과정에 여러 가지 함정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사례를 통해 임차인이 권리금 보호를 받을 수 없는 경우를 알아보자.
사례1 만기일을 1년 앞두고 나가는 경우
대치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갑자기 지방으로 이사하게 되어 가게를 인수할 사람을 찾았다. 다행이 권리금을 주고 들어올 사람이 있어 건물주에게 그 사람과 계약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그런데 건물주는 음식점 자리로는 더 이상 못 주겠다고 나온다. 그렇다면 이제는 법이 바뀌어 권리금을 방해하는 임대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했더니, 건물주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의외였다. 아직 1년이나 남은 사람이 법 조문이나 제대로 보고 권리금 얘기를 꺼내라는 것이다. 아니 법에는 어떻게 되어 있다는 말인가?
◈ 만기일 3개월 전부터 만기일 사이에 다음 임차인을 주선해야 한다.
개정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에게 권리금 회수기회를 주면서 기간에 대한 조건을 달고 있다.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3개월 전부터 끝나는 날까지 즉 3개월 동안에 한해서 다음 임차인을 구해 와야 한다는 것이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①임대인은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3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권리금 계약에 따라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아니 권리금이란 장사하다가 작자가 있을 때 팔고 나와야지 그렇게 기간을 막아 놓으면 누가 권리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겠어요?
임차인으로서는 당연한 반발이다. 그러나 임대차 계약이란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약속이다. 2년을 하겠다고 약속해놓고 1년 만에 갑자기 못 하겠다고 나와도 된다면, 임대인이 볼 때 이것이 무슨 계약이냐고 할 것이다. 그래서 양자간 균형을 잡아,‘만기 3개월 전’이라는 기간의 제약을 둔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임차인으로서는 권리금 받는데 큰 걸림돌이 아닐 수 없다.
사례1의 경우 만기 1년을 앞둔 시점에 다음 임차인을 주선해 왔으니, 임대인이 계약을 거절해도 권리금 방해로 보지 않게 된다.
그런데요, 그 3개월 간을 놓치면 어떻게 되나요? 이제 권리금은 못 받는가요?
그렇지 않다. 우선 5년간은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으니 일단 기간을 연장 받고 그 기간이 끝 날 무렵 다시 다음 임차인을 주선할 수 있다. 물론 5년을 다 채우고도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면 권리금 회수는 못하게 된다.
사례2 밀린 월세 벌써 다 냈는데 이제 와서 문제가 되나요?
세탁소를 운영하는 B씨는 계약 만기일이 가까워 오자 다음 임차인을 구했다. 시설비 포함해서 권리금으로 3천만원 받기로 했다. 그런데 임대인은, 친척이 그 자리에서 옷 가게를 할 것이라며, 다음 임차인과의 계약을 거절한다. B씨가 주변에 알아보니 권리금 받는 것을 방해하면 임대인에게 책임지라고 요구할 수 있다고 한다. 그 말을 전해 듣고도 임대인은 꿈적도 않고 법대로 하자고 나온다. 그 동안 월세를 많이 밀렸기 때문에 임차인은 권리금을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 월세를 3개월 분까지 밀린 사실이 있으면 권리금 보호를 못 받는다.
개정된 법에서는 임차인이 권리금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관련 조항을 보자.
※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① 다만, 제10조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임차인이 3기의 차임액에 해당하는 금액에 이르도록 차임을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
아니 이 조항은 갱신요구를 할 수 없다는 거잖아요? 나오면서 권리금 받는 것하고 무슨 상관이 있죠?
건물주가 갱신을 안 해주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나가는 사람이 권리금 받는 것까지 막아야 하느냐는 항변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권리금 회수를 인정한다면, 권리금 받기 전에는 못 나간다는 얘기가 나오고, 이렇게 되면 임대인의 갱신거절 자체가 흔들리기 때문에 이 조항을 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5년간 갱신요구를 못하는 경우에는 권리금도 역시 주장할 수 없도록 연동시켜 놓은 것이다.
그렇다 치고요, 3개월 연체가 무슨 말이죠? 그 동안 두달씩 못 낸 적이 몇 번 있었거든요, 3개월 분 넘는 것으로 보나요?
이 부분도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령 월세가 100만원이라면 300만원까지 밀린 적이 있어야 3개월 연체로 보는 것이다. 200만원 밀린 상태가 여러 번 있었지만 300만원이 되기 전에 지불했다면, 다시 말해 법 조항에서 말하는‘3기의 차임액에 해당하는 금액’에 도달한 적이 없다면, 걱정 안 해도 된다. 계약 갱신과 권리금을 당당히 주장할 수 있다.
사례3 재건축을 한다니 누가 들어 오겠어요?
마포에서 10년째 슈퍼를 하는 C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얼마 전 바뀐 건물주가 만기가 되면 비워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재건축을 하려고 이 건물을 샀다는 것이다. 그러니 다음 임차인도 구할 수가 없다. 사실 그 동안 권리금을 주고 들어오겠다는 사람도 여럿 있었는데, 그 때 넘겨주고 나올 걸, 후회 막심하다. 아니 재건축한다면 권리금 주장은 못하는가?
◈ 재건축하는 경우 권리금 보호를 못 받는다.
권리금 법제화 논의 당시 재건축 때문에 세입자가 나갈 경우 어느 정도 보상비를 주는 방안이 검토 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결국 개정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재건축 계획을 미리 임차인에게 고지하면, 임차인은 권리금 회수기회를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1항 단서조항 및 제10조 제1항 제7호)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1항 제7호
7. 임대인이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목적 건물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철거하거나 재건축하기 위하여 목적 건물의 점유를 회복할 필요가 있는 경우
가.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공사시기 및 소요기간 등을 포함한 철거 또는 재건축 계획을 임차인에게 구체적으로 고지하고 그 계획에 따르는 경우
나. 건물이 노후·훼손 또는 일부 멸실되는 등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는 경우
다. 다른 법령에 따라 철거 또는 재건축이 이루어지는 경우
그런데요, 가만히 보니 내 보내려는 구실로 재건축을 들먹이는 것 같아요. 어떻게 하죠?
사실 상담실에 이런 질문이 자주 온다. 특히 건물주가 바뀌면 대체로 한번쯤 나오는 얘기이다. 나중에 거짓말이라고 판명되면, 물론 그 때는 이를 권리금 방해로 보아 임대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전에 이를 막을 수는 없을까?
▶ 증축이나 용도변경은 갱신거절 사유가 안 된다.
만약 재건축을 구실로 삼는 다는 의심이 들면, 우선 명도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방향으로 간다. “재건축을 하신다면 건축허가서를 보여주세요,” 그리고 “착공신고서도 보여주세요” 하면서. 임대인이 관련 서류를 안 보여 주면 구청을 방문하여 관련 내용을 확인한다. 건축허가가 났다고 해도 그 내용을 자세히 볼 필요가 있다. 만약 증축이나 용도변경이라면 임차인은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다. 갱신거절 사유로서 법 조문에는 ‘건물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철거하거나 재건축’ 하는 경우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이제 위에서 살펴본 내용들을 한번 정리해보자. 그렇다면 임차인 입장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1. 계약 기간을 짧게 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만기일 3개월 전에만 다음 임차인을 주선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계약기간이란 임대인과 합의도 필요하고 또한 기간이 짧으면 임대료 인상 등 불리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권리금 회수 측면에서만 볼 때 가령 1년 단위로 계약하면 갱신요구를 할 수 있는 5년 동안에 5번의 권리금 회수 기회가 있는 셈이다.
2. 연체 금액이 3개월 분까지 가지 않도록 한다.
일단 3개월까지 연체가 되면, 나중에 갚아도 흔적(‘연체한 사실’)이 남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갱신 요구도 할 수 없고 나올 때 권리금도 보호 받지 못한다.
3. 노후 된 상가주택에 들 때는 재건축 변수를 예상해야 한다.
들어갈 때 재건축에 대한 사전 고지가 없었다면 5년은 보장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이후 재건축 변수가 생기면 권리금 회수를 못하게 된다. 사실 이에 대비할 뾰족한 방도는 없어 보인다. 그래서 인테리어 또는 시설비가 많이 드는 업종은, 낡은 소규모 독채 건물을 가급적 피해야 한다. 소유자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재건축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반면 아파트 단지 내 상가 같이 호별로 소유자가 다른 소위 집합건물 상가들은 구분소유자 간에 합의가 필요하므로 임차인으로서는 권리금에 대한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하겠다.
기사 원문보기:http://land.naver.com/news/magazineView.nhn?arti_seq=2571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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