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권리금 보호법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임차상인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전날 전체회의를 열고 상가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본회의 문턱만 넘으면 본격적인 법 시행에 들어가는 것이다.
△소규모 상가 점포가 늘어서 있는 서울 마포구 상수동의 한 골목길. [사진=이데일리DB]
개정안의 핵심은 건물 주인이 상가 세입자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손해를 물도록 한 것이다. 임대차 계약이 끝나기 3개월 전부터 계약 종료 시점 사이에 △건물주가 기존 세입자가 주선한 새 세입자에게 직접 권리금을 요구 또는 수수하거나 △권리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막는 경우 △새 세입자에게 현저히 높은 임대료를 요구하는 경우 △정당한 이유 없이 새 세입자와 계약 맺기를 거절하는 경우 등이 해당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세입자는 임대차 계약 기간 종료 후 3년 안에 건물주에게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때 배상액은 새로운 세입자가 내기로 한 권리금과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기준에 따라 산정한 계약 만료 시점의 권리금 중 낮은 금액을 넘을 수 없다.
문제는 이 같은 권리금 손해 배상을 법정 소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개정안을 보면 세입자가 배상을 청구하려면 건물주의 방해 행위를 직접 입증해야 한다.
애초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권리금 법제화 방안에는 각 시·도에 심의·조정 기능을 갖춘 상가건물 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임차인들이 저렴하고 신속하게 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구다. 그러나 국회 상임위 논의를 거쳐 마련한 개정법 최종 대안에는 분쟁조정위 설치 조항이 빠졌다.
김승종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중간 단계의 조정 기구가 사라지면 권리금 분쟁 해결은 민사 소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이미 모든 걸 잃은 상가 임차인이 시간과 비용을 부담해 소송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김남주 법무법인 도담 변호사는 “권리금을 감정평가하는 기간을 포함하면 소송이 끝나기까지 빨라야 6개월에서 10개월 정도는 걸릴 수 있다”며 “여기에 감정평가액 및 변호사 선임비 등 실질적인 비용까지 고려하면 권리금이 적어도 5000만원 이상이어야 소송을 하려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3년 기준 권리금이 있는 상가 점포의 평균 권리금은 2748만원이다. 권리금이 5000만원을 넘는 점포는 전체의 16.7%에 불과하다.
권리금 법제화로 임차 상인들이 입을 혜택보다 자칫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정승영 김포대 부동산자산경영학과 조교수는 “입지가 좋은 상권의 경우 건물주가 권리금 배상 리스크를 월세를 높여서 보상받으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건물주가 현저히 고액의 임대료를 요구하면 안 된다고 하는데 ‘현저히’의 의미가 추상적이다”라며 “이런 모호한 조항들을 구체화하고 법원의 심리 부담을 덜기 위한 중재 기구도 반드시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권리금 보호법안은 6일 국회 본회의가 공무원연금 개정안 및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안을 둘러싼 여야 간 대치로 파행하면서 5월 임시국회에서나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 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시행 즉시 임대차 계약이 진행 중이거나 새로 계약을 맺는 모든 상가 임차인들이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장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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