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법에는 임대료 인상 한도를 두고 있다. 9% 이내에서만 올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건물주가 법이 정한 한도 내에서 인상을 요구하면 세입자는 무조건 따라야 하는가? 거부하면 가게를 비우고 나가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답은 아니오 이다. 사례를 통해 인상 한도의 의미를 알아두자. 또한 임대료를 올릴 때 보증금과 월세를 각각 9%씩 올릴 수 있는지 아니면 둘 중 하나만 올릴 수 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보증금 대신 월세로 환산하여 올릴 경우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계산하는지 헷갈린다고 한다. 한편 법정한도를 초과하여 올려준 임대료를 나중에 돌려받을 수 있을까? 순서대로 알아보자.
사례 - 법에서 정한 만큼은 당연히 올려 주셔야죠?
서울 사당동에서 음식점을 하는 K씨는 2년 만기가 다가오자 건물주로부터 월세를 9% 올려달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장사가 잘 안 돼 올려줄 형편이 안 된다고 했더니, 법에서 정한 만큼도 못 올려 주겠다면 가게를 비우고 나가라고 한다. 과연 K씨는 9% 인상 요구에 따라야 하는가?
한도 내 인상도 건물주와 세입자 간 합의가 필요하다.
먼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관련 조항을 보자.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1조 (차임 등의 증감청구권)
① 차임 또는 보증금이 임차건물에 관한 조세, 공과금, 그 밖의 부담의 증감이나 경제 사정의 변동으로 인하여 상당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에는 당사자는 장래의 차임 또는 보증금에 대하여 증감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증액의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른 비율을 초과하지 못한다.
건물주가 임대료 인상을 요구할 수 있지만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 임대료를 올릴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동법 제11조 제1항), 올릴 수 있는 범위도 9% 이내로 제한하며(동법 시행령 제4조), 일단 약정한 임대료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당사자간 합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대법원 92다31163)
대법원 1992.11.24. 선고 92다31163 판결
임대차계약에 있어서 차임은 그 계약의 요소를 이루는 것으로서 당사자간에 합의가 있어야 하고, 따라서 일단 약정한 차임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당사자간의 합의에 의하여 하여야 함은 당연한 것이다.
인상률에 다툼이 있으면 최종 판단은 법원에서
그래서 세입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어떻게 될까? 건물주가 제시한 금액보다 조금 적게 올려주는 방법으로 적당한 선에서 합의가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합의가 안되면 결국 건물주는 세입자를 상대로 건물을 비우라는 명도소송을 제기할 것이다. 과연 건물주가 과다한 임대료 인상을 요구했는지, 아니면 타당한 임대료 인상을 거부한 세입자에게 퇴거를 명할지, 최종 판단은 법원이 하게 된다.
이 때 법원의 임대료에 대한 판단은 주변 시세를 기준으로 할 것이다. 사실 시세를 객관적으로 정하기는 어렵다. 우선 법원에서는 당사자가 제출하는 자료를 참고한다. 따라서 임대료 싸움을 하려면 미리 자료 수집에 공을 들여야 한다. 근처에서 비슷한 조건의 상가 임대차계약서 사본을 구하거나 그 지역을 잘 아는 개업공인중개사로부터 시세에 대한 의견서 등을 받아 자기가 제시한 임대료가 타당함을 입증해야 한다.
잘못 알고 있는 공식 ‘인상률 = 연 9%
인상률에 대한 또 하나의 오해는 이자율처럼 기간 개념으로 계산하는 것이다. 상담을 해보면 ‘2년에 한번 올리게 되면 인상한도는 18%’ 이렇게 알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아래의 법 조항을 잘 못 해석한 듯하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1조 (차임 등의 증감청구권)
② 제1항에 따른 증액 청구는 임대차계약 또는 약정한 차임 등의 증액이 있은 후 1년 이내에는 하지 못한다.
다시 말해, 임대료는 한번 정하면 최소 1년은 지나야 다시 올릴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어떤 사정으로 2년 또는 3년 만에 올리게 되더라도, 한 번에 올릴 수 있는 한도는 어디까지나 9%에 불과한 것이다.
인상액을 계산하는 방법
① 보증금과 월세 중 하나만 올릴 수 있다.
② 보증금과 월세를 각각 동시에 올릴 수 있다.
우선 둘 중 어느 쪽이 맞는가? 먼저 ①방식은 법 조문대로 해석하는 입장이다. 동 법 제11조에서 ‘차임 또는 보증금’ 이라고 되어 있으므로 월세와 보증금 중 하나를 선택하여 올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다음으로 ②방식은 임대료란 월세와 보증금 둘을 합한 의미로 보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월세와 보증금을 동시에 각각 올릴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판례는 아직 없지만, 대체로 ②방식이 다수설로 보인다.
이제 ②방식에 따라 인상액을 한번 계산해보자.
보증금 : 4000만원
월 세 : 200만원
인상률 : 9% 가정
보증금 : 4,360만원 (4000만 x 109% = 4,360만)
월 세 : 218만원 (200만 x 109% = 218만)
만약 보증금 인상분을 월세로 받고 싶다면 계산이 어떻게 될까? 이 때는 월세 전환률을 몇 %로 하느냐가 문제된다. 상가 임대차법에서는 연12% 또는 한국은행 기준금리의 4.5배 (현재 기준금리 2.25% x 4.5 =10.125 %) 중에서 낮은 비율을 한도로 정하고 있다. 거래 현장에서는 대체로 5~10% 수준에서 서로 협의하여 결정한다. 가령 연 6%를 적용한다면 보증금 360만원 대신 18,000원을 월세에 더하면 된다.
보증금 4000만원 월세 200만원
인상률 9% 가정
보증금 인상분을 월세로 받을 경우
월세 전환률 연 6% 가정
보증금 : 4,000만원 (4,000만 x 9% = 360만원)
월 세 : 218만원 (200 x 109% = 218만) + 보증금 월세전환 인상분보증금인상분(360만 x 6% / 12 = 1.8만)
= 219.8만원
(부가가치세의 계산)
먼저 순수 월세를 기준으로 인상된 금액을 산출한 다음 부가가치세를 가산한다.
한도를 초과하여 올려준 임대료는 돌려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임대료 인상을 억제하는 장치들을 알아보았다. 9% 인상 한도, 1년 이내 재인상 금지, 월세 전환률 제한 등 여러 보호 조항들이 있지만, 모든 상가 세입자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 지역의 경우 환산보증금이 4억원 이하인 소규모 상가에게만 적용되는 것이다. 상가 임대차법의 적용범위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필자가 부동산매거진에 올린 다른 글 ‘세입자 보호강화, 임대차보호법 개정’ 에 나와 있다.
한편 이러한 임차인 보호 조항에도 불구하고, 막상 임대차 현장에서 세입자가 건물주와 법적으로 다툰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당장 이 건은 이기더라도 괘씸죄에 걸릴까 두렵다. 그러다 보니 9% 한도를 넘어가는 인상 요구를 마지못해 받아주기도 한다. 한국형 임대차 문화의 안타까운 일면이다. 이런 건물주에게 경종을 울리는 최근 판례가 있어 소개한다. 법정 한도를 초과하여 받은 임대료를 세입자에게 돌려주라는 것이다.
대법원 2014.04.30. 선고 2013다35115 판결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1조 제1항에 따른 증액비율을 초과하여 지급하기로 하는 차임에 관한 약정은 그 증액비율을 초과하는 범위 내에서 무효라고 할 것이고, 임차인은 그 초과 지급된 차임에 대하여 부당이득으로 반환을 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원문보기:http://land.naver.com/news/magazineView.nhn?arti_seq=10955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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