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큰손’들이 좌지우지하던 부동산시장에 1억 원 이하의 소액 투자자들이 속속 뛰어들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에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을 챙기려는 ‘부동산 개미 투자자’들이다. 이들은 2000년대 중반에 은행 빚을 내 아파트를 사서 큰 시세차익을 노리던 부동산 투자자들과 사뭇 다른 투자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 ‘무피투자’가 대세
요즘 부동산 개미 투자자 사이에는 ‘피땀 흘려 번 내 돈을 가능한 한 덜 들이고 투자한다’는 뜻의 ‘무피(피를 흘리지 않는다는 뜻의 은어)투자’가 대세다. 2000만∼3000만 원으로 투자처를 물색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서울에서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이 70%를 넘어선 집이 속출하면서 전세를 끼면 많지 않은 비용으로 소형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 덕분에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찬밥’ 신세였던 전세 낀 아파트가 좋은 투자 대상으로 떠올랐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전용 60m² 아파트를 전세 놓은 직장인 김모 씨(39)는 최근 공인중개사무소 여러 곳에서 “전세를 끼고 집을 팔 생각이 없느냐”는 전화를 받았다. 김 씨의 집은 가격이 4억 원 정도, 전세금은 3억2000만∼3억3000만 원이다. 1억 원이 채 안 되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꽤 괜찮은 투자 대상이 된 셈이다.
투자 규모가 작다는 점 때문에 투자자의 연령대도 20대 중후반까지 낮아졌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있는 온누리공인중개사사무소 이정석 대표는 “3000만∼7000만 원을 가지고 침실과 주방이 따로 있는 분리형 원룸에 투자하겠다는 20, 30대 직장인의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 “대박은 바라지 않는다”
개미 투자자들은 초저금리에 마땅히 투자처를 찾지 못해 부동산시장에 들어오는 만큼 큰 수익을 좇지 않는다. 이 씨처럼 1억 원 들여 2억 원대 소형 아파트 두 채를 전세를 끼고 투자할 경우 각 아파트가 1000만∼2000만 원만 올라도 잘한 투자로 본다.
이 씨는 “1억 원을 투자해 2년에 총 3000만 원가량 오르면 중개보수, 취득·등록세, 양도소득세 등 각종 거래 비용 1000만 원을 제외해도 약 20%의 수익을 챙기는 셈”이라며 “적금, 펀드 등 웬만한 금융상품보다 남는 장사”라고 말했다.
이들의 주된 투자처는 ‘저평가된 우량주(住)’다. 서울 강남권처럼 집값이 크게 오르는 지역이 아니라 적게 오르더라도 실수요자가 많거나 공급이 없어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의 집이란 뜻이다. 인터넷 포털에는 ‘옥수동 부동산의 여왕’, ‘붇옹산의 부동산스터디’ 등 지역 맞춤형 투자 카페도 활발하다. 실제 공략 매물을 올리고 투자 성공기나 실패기도 공유한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호황기에는 대출을 받아 큰 시세차익을 노렸다면 지금은 5000만 원씩 쪼개 이삭 줍듯 투자한다”며 “최근 거래량이 1, 2위인 서울 노원구, 강서구 등에는 실수요자뿐만 아니라 이 같은 투자 수요도 들어왔다”고 말했다.
○ 투자금 회수하면 바로 빠져
장기투자가 일반적이던 부동산도 단기투자로 양상이 바뀌고 있다. 이들 개미의 투자 목표 기간은 임대차 계약 주기에 맞춘 2년이다. 시세보다 저렴한 새 아파트를 분양받은 뒤 웃돈을 받고 분양권을 판 후 다시 새 아파트로 갈아타면 1년 안팎으로 더 짧아진다.
최근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소형 아파트에 투자한 박모 씨(45·여)는 “세입자의 전세 계약이 종료되는 2년 뒤 팔 계획”이라며 “2년 뒤 시세가 생각만큼 오르지 않으면 전세금을 올려 투자금을 일부 회수한 뒤 한 텀(2년)만 더 돌 것”이라고 말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부동산팀장은 “최근 소액 투자자들은 내집빈곤층(하우스푸어)의 고통을 봤기 때문에 ‘사서 기다리면 아파트 값은 오른다’는 통념을 버리고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때 바로 빠져나오려 한다”고 말했다.
기사 원문보기:http://realestate.daum.net/news/detail/main/MD20150515030835840.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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